초원위의 여자 - WOMAN IN THE MEADOW
데스틸 이재욱
홍리원 개인전
2019-06-25 – 2019-09-29
복합문화공간 데스틸은 6월25일부터 9월29일까지 홍리원 작가의 “초원위의 여자 – Womam in the Meadow”전을 진행한다. 홍리원 작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물음을 시작으로 하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관람자를 의식하는 듯한 시선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 회화와 빛과 색만이 남아 있는 추상적 회화 작업, 인체 드로잉 작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홍리원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회화 기법으로 형태가 해체되거나 융합되어가는 듯한 형상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그려내며 안개가 낀듯한 표현방식의 드로잉을 즐긴다. 작품은 감상자로 하여금 멜랑꼴리(melancholy)하면서 감화(Holy)되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품고 있다. 작품에서 풍겨지는 감정의 에너지는 인간 본질을 탐구하고 인간이 가진 미지의 영역을 도출하고자 하는 홍리원 작가의 열망이 고스란히 작용한 것이다. 삶의 주변거리를 깊게 바라보면 우울감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즐비할 것이고 존재 너머의 가치를 찾아 바라보려 한다면 막연함과 공허감 같은 의식들이 머릿 속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리원 작가는 자신의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하여 정진하고 있으며 현재의 작품에 이르는 과업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
작가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함과 미완의 상태에서 발현되는 수많은 모순들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인간의 초월적 인지세계를 찾아가려는 마음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작품에 드러나는 작가의 관점이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현실주의에 입각한 실존주의의 물음과 맥락을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니체는 인간을 처연한 존재이자 극복가능한 의지를 지닌 존재로 인식하며 끊임없이 투쟁하는 의지로 주권적 개인(das souveraine Individuum)으로서 인간으로 일어서길 바라고 있다.
존재의 본질과 삶의 실체를 단 한가지로 이야기 한다면 모순이다. 이 상반되고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여기는 모든 양극의 것들이 생식으로 시작해 생식으로 끝나는 삶의 현장에서, 실은 한데 뒤섞이고 혼합되어 정체가 모호해진다. 인간의 삶이란 죽음의 현장에서 동시에 먹이를 먹고 누군가는 교미를 한다. – 홍리원 작가노트
위의 노트에 드러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삶을 카오스(chaos)그 자체로 바라보고 있다. 카오스 상태의 현실에서 온전히 실존하는 객체를 유지하기란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홍리원 작가의‘초원위의 여자’전은 고도로 문명화된 세계와 찰나의 시간 속에서 직관적인 감각으로 온전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한 집념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강렬하지만 나이브(naive) 한 모습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